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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모든 직장인들에게, 송 과장이 하고 싶은 이야기
김 부장 시리즈의 마지막, 3편 '송 과장 이야기'에 대한 리뷰입니다. (이번 리뷰는 어찌보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으니 주의하여 읽어주세요!) 지난 포스팅에서는 2편, 권 사원과 정 대리 이야기에 대한 리뷰를 해보았는데요. 1편은 낄낄대며 읽다가, 2편은 또래의 이야기다보니 공감 포인트가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훅훅 읽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에 3편을 읽으면서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야기가 많아 정신없이 메모하다 보니 다 읽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네요. 그래봤자 이틀입니다만..^^
저는 1편을 다 읽고 대체 이 책을 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지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신문이나 잡지사 여기저기서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남긴 말들을 모조리 스크랩했어요. 일부 인터뷰 내용에서 힌트를 얻어 '송 과장이 작가 본인이겠거니' 짐작은 했었죠. 그리고 3편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다가 너무 놀라 책을 떨어트릴뻔 했습니다. 아래 마지막 페이지 발췌 내용 보실까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송 과장 이야기>
P.366
회사에 도착한다. 노트북 전원 버튼을 누르다. 권 사원의 자리는 아직 공석이다. 똘똘한 권 사원은 잘 지내고 있을까. 오늘따라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믹스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다. 휴게실로 향한다. 늘 부족했던 믹스커피가 김 부장님이 나가고 난 뒤로는 늘 수북하다.
커피를 타고 휴게실을 둘러본다. 소파가 눈에 들어온다. 술에 취해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잠든 김 부장님이 생각난다. 나간 지 몇 달 되지 않았는데 몇 년이 된 것 같다.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는다. 오늘은 일기 대신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써볼까 한다. 음……. 뭘 써볼까…….
김 부장님.
김 부장 이야기.
대기업 다니셨으니까……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그래도 서울에 집 한 채 있으시니까……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끝>
끝까지 다 읽고나서야 뒤늦게 충격적인 발견을 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책 커버 앞쪽을 돌려 보았는데요.. <송희구 지음>... 송희구... 송씨.. 송 과장 = 송희구... (???) "아니 잠시만, 둘 다 송씨잖아!" 송 과장이 작가를 투영한 것일줄 짐작은 했으나, 아니 이렇게 대놓고 힌트주기 있나요? 저만 마지막에 뒤늦게 깨닫고 혼자 흥분한 것은 아닐거라 믿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1편부터 탄탄하게 쌓아왔던 작가의 빌드업에 정말 소름돋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보다 더 완벽한 기승전결이 또 있을까요? 읽어 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실천력과 성실함은 반드시 성공으로 이끈다.
송 과장은 어려서부터 ADHD(주의력결핌 과잉행동장애)와 우울증을 알았어요. 찢어지게 가난했던 가정 형편과 잦은 이사로 어디에도 쉽게 정을 붙일 수 없었던 어린 시절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 소심하고 위축된 사람으로 자라왔나봐요. 대학을 졸업해서도 취업에 번번히 실패하며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고, 너무 힘들어지니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하게 됩니다. 물론 다행히도 실패로 끝나지만요..!
집에서도 조용히, 회사에서도 조용히, 늘 조용히 한다. 나는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다 우연히 외삼촌 집에서 낡은 피아노 한 대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려 유일하게 좋아했던 피아노 연주를 다시 시작하게 되죠. 마침내는 한 재즈바에서 연주자로 공연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해요. 그리고 계속 이어오던 취준생 생활을 대기업 합격과 동시에 마치게 됩니다. 대기업에 붙었으니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도 해야죠! 하지만 그는 취직해서도 안주하지 않았어요. 송 과장, 아니 송 사원은 3천원짜리 치킨마요 한솥 도시락을 먹으면서 돈을 아끼며 부동산 공부를 시작합니다. 주말도 모두 다 반납하고 적극적으로 땅을 보러 다녀요. 어린 시절 가난을 되풀이하기 싫었기 때문이에요. 처음엔 어색하고 경계했던 부동산 사장님들과도 넉살 좋게 친해지면서 땅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꾸준히 쌓고 공부합니다. 그리고는 작은 땅에서부터 시작해서 오피스텔, 월셋집, 결국엔 본인 소유의 아파트까지 매매하게 됩니다. 너무 대단하지 않나요?
부동산으로 잘 나가기 시작하니 송 과장을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사원 시절부터 발품팔아 공부했던 모든 과정을 알 턱이 없던 사람들은 송 과장이 집을 샀다니 그저 배가 아팠겠죠. 송 과장은 자신의 평판이 의도와는 다르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자, 자신의 투자 철학을 깊이 되새겨 봅니다. '나는 투기꾼인가? 투자자인가?'
생각해보면 투자는 단순히 어떤 기술이나 정보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이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꾸준히 관리하고 견뎌내는 것이다. 매일매일 누적되는 지식보다 한 단계 더 올라선 인생관과 가치관에 대해 배워가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다. 일찍 일어나고, 명상을 하고, 책을 읽고, 관심 분야에 깊이 파고 들고, 운동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당장 일어나서 실천하고, 메모하고, 계획적인 삶을 살고, 담대한 목표를 만들고, 자신을 통제하고, 윤리적이며,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를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 어디서 베껴 쓰기라도 한 것처럼 똑같다.
송 과장은 참 바르고 평범한 사람이지만, 막상 내 주위에서 찾아 보려고 하면 잘 없는 유니콘 같은 인물입니다. 앞선 시리즈 1~2편에서는 제일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였지만, 마지막 3편을 읽고나니 오히려 제일 비현실적이고 비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뜻에서요) 뭐랄까.. 이 사람의 인생은 오름과 내림의 굴곡이 깊지만 참 진해요. 이야기로 만들자면 기승전결이 너무나도 탄탄해서 어느 누가 읽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많이 가지고 있었죠. 진짜 옆에 있는 어떤 한 사람의 삶을 읽으며 듣는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아마 작가 본인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권 사원, 정 대리, 김 부장 캐릭터보다 송 과장의 감정 묘사가 더 자세하고 깊어서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겠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시리즈인 이 3편 <송 과장 이야기>만 출간했더라도 이 책은 잘 될 수 밖에 없었을거라 생각합니다. 탄탄한 스토리는 이미 완성형이었고, 거기에 작가의 타고난 센스와 필력이 살짝쿵 더해졌을 뿐인거죠.
동기 뿐만 아니라 선후배의 고민을 진심으로 듣고 고민해주고, 도움이 되는 조언들로 마무리해주는 이런 센스 넘치는 사람. 나 혼자만 잘되려고 욕심 부리지 않는 진심어린 모습. 어렵겠지만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이에요. 롤 모델. 저는 오늘부터 송 과장을 저의 롤 모델로 삼기로 했습니다. 이런 사람 찾기 진짜 쉽지 않아요. 직장을 잠깐이라도 다녀보신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거예요. 그래서 해보려고요. 그 어려운 일,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어떻게 살건가요? 저는 저에게 다가오는 행운을 누리는 삶을 살겠습니다.
작가가 여기저기서 누누이 얘기하고 있지만, 이 책은 부동산 공부하라고 쓴 책이 아닙니다. 자칫 이 책을 읽고 ‘아, 나도 주식해야지’ ‘아, 나도 아파트 사야지’로 결론 짓는 건 아주 위험한 생각입니다. 중요한 건 훗날 내가 누릴 ‘경제적 자유’와 그걸 누리기 위한 ‘나’를 가꾸는 것입니다. “누린다”라는 단어의 재정의가 필요하겠네요. "누린다" 말에서 보통은 드러누워 호화롭게 즐기는 모습이 상상되곤 하죠. 저는 이 단어를 다른 상황에 써보고 싶어요. 그 어떠한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나의 모습. 타인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지 않고 내 것을 지킬 수 있는 힘. 그리고 내가 지킨 그 무언가가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그런 모습이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외적으로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습니다.
언제든 어떤 좋은 기회와 흐름에 내가 무난하게 편승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그래서 운도 실력이라는 말을 입증할 수 있을 것.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페이지는 다 읽고 너무 소름 돋아서 아직도 그때 기분을 생각하면 닭살이 올라오네요. 저에게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책일 것 같습니다. 나중에 자식이 생긴다면, 성인이 되고나서 꼭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어요. 시대가 변하더라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똑같을 테니까요. 또 이 책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니 꼭 챙겨 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직장인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들 평안한 밤 되시구요. 여러분에게도 꼭 우주적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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