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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인데 노력까지 했던, 알베르 카뮈
알베르 카뮈(Albert Camu)는 29살이 되던 해인 1942년에 『이방인』을 발표한다. 발표 직후 프랑스의 작가이자 평론가였던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이방인』의 출현은 건전지의 발명과 맞먹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틀을 깨트린 방식으로 글을 쓰며 앞으로의 문학에 새로운 동력이 될 알베르 카뮈의 잠재력을 알아봤던 것이다.
한편, 카뮈는 전쟁으로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와 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성장했다. 넉넉지 않았던 가정에서 자랐지만 카뮈에겐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을 일찍이 알아봤던 스승 둘이 있었는데, 바로 공립학교 재학 시절 담임 선생님과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장 그르니에(Jean Grenier)이다. 카뮈는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무료로 개인 교습을 받아 장학생 시험을 쳐서 대학에 갈 수 있었는데, 이때 감사함을 평생 잊지 않고 훗날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기념 연설을 선생님께 헌정하기도 했다. 장 그르니에는 카뮈에게 작가로서 영감을 주는 존재였는데, 이 둘이 서로에게 쓴 편지만 해도 235통이나 된다고 한다. 나중에는 이 편지들을 엮어 『카뮈-그르니에 서한집』이라는 이름의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이렇게 타고난 재능과 훌륭한 스승들의 도움으로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카뮈는 『이방인』에 이어 『페스트』까지 출간하는 작품마다 연이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이 두 소설로 인해 그 해에 비평가상을 수상했고, 44살의 젊은 나이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까지 한다. 특히나 노벨 문학상은 단순히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 전체의 삶까지도 평가항목에 들어가기 때문에 작가가 받을 수 있는 상 중에 가장 영광스러운 상일 것이다. (본인의 재능과 노력을 통해 정상의 자리에까지 오른 알베르 카뮈의 삶이 참 부럽기만 하다.) 카뮈는 노벨상 수상 당시 연설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나의 작품 세계에 대한 완벽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었는데, '부정-긍정-사랑'이라는 발전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방인』이 바로 첫 번째 단계인 '부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부조리함에 대하여'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인지도, 모르겠다.
1940년대 당시 문단에 큰 충격을 안긴 첫 문장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주인공 뫼르소는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다. 당시 뫼르소는 알았을까? 훗날 자신에게 내려진 사형선고가 바로 이 흘리지 않은 눈물 때문이라는 것을...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글의 흐름 상 2부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자면, 뫼르소는 심각한 범죄 혐의를 받고 판사와 배심원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본인이 총을 쐈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혐의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뫼르소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사건 당일에 유난히 눈이 부셨던 햇살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고,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긴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뫼르소를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눈물도 흘리지 않는 불효자, 사회 부적응자'로 이미 낙인찍어버린 채로 그가 계획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짓는다. 결국 사형을 선고받는 뫼르소. 여기까지가 2부의 전체적인 줄거리다. 작가의 문장 구조를 보면 제삼자의 시선에서 객관적인 사실들만 나열한 채 작가의 감정과 시선을 최대한 배제하는데, 바로 이 포인트가 당시 문단에서 '센세이셔널하다'라고 평가한 대목이다. 1부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면 그 이유를 좀 더 알 수 있을 것이다.
뫼르소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양로원을 통해 듣게 되고, 다음날 장례식에 참석한다. 오랜 시간 왕래가 잘 없었던 사이였기 때문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로 슬프진 않았지만, 어머니가 없는 빈집을 공허하게 느끼고 빈소에서 기절하듯 쓰러지는 어머니의 지인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뫼르소는 스스로 의식하진 못했지만 분명히 어머니의 죽음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슬픔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사건은 이 이후로 시작된다.
장례식이 얼마 지나지 않은 후, 뫼르소는 이웃집에 사는 '레몽'이라는 사람과 햇볕이 쨍쨍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지에서 레몽은 전 여자 친구와의 문제로 알 수 없는 무리의 알제리 남자들에게 칼로 위협을 받게 되는데, 이때 뫼르소는 레몽으로부터 건네받은 총을 손에 쥐고 있었다. 레몽과 남자들 무리 간에 다툼이 커지고, 이제는 뫼르소에게까지 시비가 붙기 시작한다. 남자 무리 중 한 사람이 칼을 쥐고 뫼르소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그때, 쏟아지는 태양광이 칼날 끝에서 날카롭게 반짝이는데, 뫼르소는 이 햇볕이 참을 수 없이 괴로웠다. 작렬한 햇빛에 몸부림치던 뫼르소는 어쩌다 보니 손에 쥐고 있던 총으로 몇 발을 쏘게 되었고, 하필 그 총알이 알제리 남자에게로 날아간 것이다. 그리고 뫼르소는 판사와 배심원들이 묻는 말에 대답만 했을 뿐이다.
그는 원체 무심한 성격에 워낙 말수가 적을뿐더러 유력한 용의자인 그에게 제대로 된 발언권이 주어졌을 리 만무하다 보니 이런 설명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맹비난한다.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규정한 다음에 그 사람의 행위를 평가해버리는 배심원들. 재판은 원래 사람이 아닌 행위를 평가하는 것인데 말이다. 자, 이제 다시 생각해보자. 과연 정말 뫼르소는 못된 불효자에 사회 부적응자로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가 맞는가? 사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다 이해받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각각이 조난당한 사람처럼 떠있다. 말 그대로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크게 슬프지 않아도 슬픔을 표현하고, 전혀 웃기지 않지만 상대의 기대에 맞춰 크게 웃어주는 것 또한, '이방인'으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매사에 어떠한 평가도 반응도 먼저 표현하기를 꺼려했던 뫼르소는 자신이게 내려진 사형 선고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살아있음을 강렬하게 느낀다. 한 번은 교도소로 신부님이 찾아와 뫼르소를 위해 정성스럽게 기도를 해주었다. 이전의 그였다면 받아들이고 종교에 의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뫼르소는 '죽으면 다 끝이야!'라며 소리를 지른다. 우리 인간은 언젠가 모두 반드시 죽는다는 이 부조리한 진리를 뫼르소는 허무에 빠지지 않고, 정면으로 대면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알베르 카뮈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우리가 삶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삶의 부조리, 즉 죽음을 의식하고 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끝이 정해져 있는 운명이라면, 살아있는 동안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는 소설이 바로 카뮈가 그다음으로 출간한 『페스트』이다.
내가 쓴 '플라이북' 리뷰
태양의 심벌즈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열기
엄마의 장례식 날에도, 네 발의 총을 쏘아 댄 해변에서도, 뫼르소를 괴롭혔던 건 그 무엇보다 뜨거운 태양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들이 모두 단두대로 향하는 일련의 과정들이었던가.
그럴 운명이었던가.
‘운명’이면 답이 되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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