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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책은 『지구에서 한아뿐』이라는 제목의 정세랑 작가의 SF 로맨스 단편 소설이다.
"제 남자 친구가 이상해요..."
소설 속 주인공인 '한아'는 저탄소 생활을 몸소 실천하는 여성이다. '한아'는 헌 옷을 재활용해서 깨끗하고 새로운 옷으로 탈바꿈시키는 <환생>이라는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녀에게는 11년 가까이 만남을 이어 온 '경민'이라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경민'이 유성을 보겠다며 캐나다로 떠나 버린다. 원래 '경민'은 여자 친구인 '한아'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최우선인 사람이기 때문에, 연애를 하는 와중에도 외로움이란 ‘한아’에게 매우 익숙한 존재였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떠나겠다는 통보만 남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린 '경민'이 '한아'는 참 밉다. '경민'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캐나다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실종자와 피해자 명단에 '경민'은 없었지만 연락이 전혀 닿지 않아 '한아'는 오매불망 걱정만 안고 지낸다. 이후 '경민'은 다행히도 한국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왠지 이전과는 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아니, 거의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변해있다. 이전과는 다르게 너무 다정하고, 사려 깊게 행동하고, 평소에 안 먹도 가지 무침을 먹기도 하고 말이다. 의심스러운 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뭔가 확실한 증거는 없었던 그때. '한아'는 정말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경민'이 (평소 같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분리수거를 하는 모습을 뒤따라간 '한아'. 갑자기 분리수거를 하다 말고 '경민'이 입을 벌리니 그 안에서 초록색 광선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한아'는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국정원에 전화를 건다. "제 남자 친구가 이상해요..."
그렇다. '경민'은 '경민'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우리가 알던 그 '경민'은 우주여행을 위해 외계인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이고, 우주로 떠난 '경민'을 위해 '경민'의 몸에 외계인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 외계인이 하필 왜 이 먼 지구까지 왔을까? 그 이유는 '한아' 때문이다. 외계인은 '한아'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큰 빚을 지고 2만 광년 떨어진 별에서부터 지구로 날아온 것이다. 로맨틱하다면 로맨틱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한아'는 뭔가 무서운 기분이다. 일단 곁에 두고 지켜본 이 외계인이라는 존재는 '한아'에게 그야말로 지극정성이다. 늘 '한아'만을 생각하고,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100점짜리 남자 친구. 유일한 단점은 그가 외계인이라는 것뿐이다. '한아'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연애는 겉모습에 치중되어있었음을 깨닫고 점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이 존재를 아끼고 존중하게 된다. 꼭 그 모습이 사람의 형체가 아니고 초록색 돌덩어리더라도 사랑할 수 있었음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달달하기만 한 로맨스물이 아니다.
소설의 결말은 책에서 확인하시기를 바란다. 이 책을 다 읽고 왔다면 다시 한번 책의 제목을 읽어 보시길. 『지구에서 '한아'뿐』이라니. 비슷한 외모의 그 어떤 존재도 대체할 수 없는 하나뿐인 '한아'를 향한 외계인의 사랑이 너무 잘 표현된 제목이지 않은가?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순히 요즘 인기 있는 정세랑 작가의 소설이라서 이 책을 구매한 것인데, 중간에 갑자기 등장한 외계인 때문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외계인과 로맨스라니...? 외계인이라면 보통 지구를 침략하고 파괴하려는 못된 작자들로 책이나 영화에서 묘사되곤 하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마치 "응 알겠어~ 내 얘기 좀 더 들어봐"라고 말하는 듯 이어지는 글에서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소설 끝 부분쯤에 갔을 때는 '한아'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도 저 별 어디선가 나를 보러 2만 광년의 시간을 날아와 줄 외계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외계인으로 나타난 이 완벽한 남자는 어쩌면, 지구에는 이런 사람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장치인 것일까? 지구에는 정녕 이런 남자 친구가 없단 말인가..? 갑자기 서글프다.)
그렇지만 이 책은 단순 로맨스 장르 소설만은 아니다. 기업의 ESG경영과 저탄소 생활습관들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생각해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외계인 '경민'이 머나먼 별에서 '한아'라는 존재를 알고 지켜보게 된 것도 환경을 사랑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멀리서 보면 작고 귀여운 먼지만 한 한 지구의 어떤 존재가 아픈 지구를 지키겠다고 열심히 사부작대는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을지도.
이 책은 일시적인 위로나 공허한 재미가 아닌, 굳어있던 독자의 마음을 스르르 녹여주고 데워주는 동시에 인류애가 느껴지는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정세랑 작가가 26살이던 때 썼던 초안이 10년 후에 수정 작업을 거쳐 출간된 책이라고 하니 이해가 간다. 젊은 시절의 통통 튀는 상상력과 세월이 흐르고 '배움' 한 스푼이 추가된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짧게 요약한 나의 리뷰
'한아'와 '경민' - 참 사랑스러운 우주 먼지 커플.
둘의 결혼식은 내가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것과 너무 닮아있어 부러웠다.
혹시 지금 나를 망원경으로 보고 있을 지구 너머의 외계인에게도 "빨리 그 컴포트 존을 벗어나서 나에게 와"라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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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절과 매듭짓기를 반복하더라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우주적 행운이 나에게도 어서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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