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베스트셀러 저자,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소장 박재연

    상대방의 의도를 객관적으로 알아차리는 대화법을 설파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1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엄마의 말하기 연습>과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의 저자 박재연 님. 그는 리플러스 인간연구소라는 센터를 설립하여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대화 전문가로서 여러 군데서 러브콜을 받고, 집필한 책마다 인세의 전액을 기부하는 등 대화로 연결되는 세상을 위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내고 있다. 상담 쪽에서도 꽤나 알아주는 사람인 모양이다. 상담심리 전공 희망자로서 너무 궁금했고, 그녀에 대해 정보를 수집해보았다. 

     

    그는 모바일 방송국 '맘스 라디오'에서 꽤 오랜 기간 동안 출연하였고, 해당 방송 내용들을 엮어 <엄마의 말하기 연습>을 출간했다. 이 책은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며 실전에 적용하기 좋은 활용도 높은 책으로 알려져 단숨에 판매 부수 10만 부를 넘어섰다. 그는 책 인세의 전액을 아동학대 피해 아동들의 회복을 돕는 데 기부한다. 10만 부가 넘는다면 인세가 꽤 클 텐데도 불구하고 전액 기부를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어린 시절에 부모의 이혼과 학대, 학창 시절엔 왕따를 겪었다. 항공운항과 학부 졸업하여 대한항공에서 잘 나가는 국제선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결혼하였지만, 이혼하게 된다.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CS 강사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일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어느 날엔 여섯 살 난 아들로부터 한 쪽지를 받게 되었다. '엄마가 무서워요.' 그는 이때를 기점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침 평생교육원에서 한국비폭력대화센터 강의를 들으며 트레이닝을 받고,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로 외부 강의를 나가며 비폭력대화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널리 전수 중이다. 그는 대화로 연결하는 세상을 꿈꾼다. 그녀의 강의는 유튜브를 통해 어렵지 않게 들어볼 수 있는데, 그중 너무 와닿는 영상 제목을 발견하여 듣고 소개해볼까 한다. 

     

     

    판단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사람을 호기심의 눈으로 볼 수 있다

    내가 시청한 유튜브 채널은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이하 '놀심')' 채널이다. 게스트와 함께 심리학을 어렵지 않게 대화의 방식으로 풀어서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오늘의 게스트는 박재연 소장. '놀심' 채널 유튜버와 박재연 소장의 대화 내용 전문을 요점만 정리하여 옮겨 보았다. 

     

    놀심: 궁금한 게요. 예민해서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 타인과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말하기 습관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소장: 대화를 잘 못한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일까를 많이 생각해봤어요. 왜냐하면 구체적인 어떤 기준이나 척도가 없잖아요. 객관화된 수치도 없고. 그런데 대화를 하고 뒤돌아섰는데 내 마음 안에 '내가 할 말을 다 못 했다' 라던지 아니면 '난 왜 이렇게 내 표현을 못할까' 등 뭔가 상대와의 대화 끝에 마음이 답답하거나 후회되는 일이 생길 때, 이 때는 나눴던 대화를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는 본인은 괜찮았는데, 상대가 '다시는 너랑 안 만나', '우리 여기서 끝내자' 등 내가 원하는 반응이 아닐 때도 이 대화는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핵심은 두 가지예요. 내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찝찝한 경우와 상대로부터 지속적인 부정적 피드백이 있었을 때, '내가 대화를 배워볼 필요가 있는 사람이 아닌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이 기준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예민하다'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거든요. 그 예민하다는 것도 객관적인 틀이나 기준이 없다 보니 진짜 그런지는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만약 본인이 생각해봐도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남들은 쉽게 넘어가는데, 나는 쉽게 넘어가지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게 과연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대화 패턴을 가만히 살펴보면 굉장히 많은 판단들이 머릿속에 들어있어요. 남들이 다 웃고 넘어가는 사건에 대해 '왜 웃지? 나를 무시하나? 저 사람이 지금 나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다는 뜻인가?' 등의 생각을 할 수 있죠. 수많은 자극들이 있지만 그 자극이 나한테 걸림으로 멈춰지는 빈도수가 많거나 그 강도가 깊으면, 대화가 잘 안 되어 버리곤 하죠. 예를 들어, '커피 드시네요. 제 것은 없나요?' 이렇게 말해도 되는데, '커피가 있는데 왜 나한테 마실 거냐고 묻지 않았지?' 이런 걸림이 있다면 '제 커피는 없나요?'라는 말이 잘 안 나온다는 거죠. 
    놀심: 그렇다면 생각이 빈번하게 걸리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된 거죠? 
    소장: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두 가지로 말씀드리면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으로 형성된 성격이에요. 어떤 아이들은 배가 고파도 가만히 있는 아이가 있고요. 약간만 배고파도 난리를 치는 아이들이 있고요. 다가가서 젖병을 물려줬을 때 갑자기 편하게 먹는 아이가 있는 반면 집어던지면서 끝까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도 있죠. 이런 것들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에요. 타고난 기질이에요. 그리고 양육자와의 관계를 통해 형성된 예를 들면 '엄마, 나 배고파'라고 했을 때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배고파?'라는 피드백을 계속해서 들어왔다고 가정해볼게요. 그럼 이 사람은 '내가 원하는 말을 해도 수용이 안되는구나. 안전하지 않구나'라는 걸 학습하죠. 그럼 본인이 느껴지는 감정도 말하기가 힘들어지고 원하는 사항도 말하기 힘들어지죠. 그럼 어떡하겠어요? 말 안 하고 참게 돼요. 아니면 다른 데 가서 풀겠죠. 또한 본인이 거부당했던 경험이 많으면 타인에게 거부당하기 싫으니까 훨씬 더 친절한 형태로 나오기도 해요. 예민하다고 해서 항상 화로 표현되지 않아요. 화, 불안감, 우울감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죠. 그래서 예민하다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정확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예민하다'는 말을 약간 바꿔서 표현하고 싶어요. 일상의 불편함이 있는가? 내가 사회관계, 대인관계를 맺으면서 불편함을 느끼는가? 내가 원하는 말을 잘 못하고 상대가 그냥 하는 말에도 과도하게 신경 쓰고, 그날 잠을 설치는 수준이 되면 본인이 불편함이 느껴지잖아요. 그때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거죠. 본인 스스로 느끼는 것.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 저는 이게 조금 더 정확한 표현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놀심: 그럼 불편함을 느끼는 대부분의 경우 자라면서 인간관계에서 비롯되었을 확률이 높다는 말씀이신가요?

    소장: 그렇죠. 사실 기질적인 척도보다 자라면서 본인과 중요하게 인간관계를 맺어왔던 사람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척, 선생님, 친구들 이런 관계 속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하게 된 경우가 많다 보면 누구나 의견을 개진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 부담을 느끼고 주눅 들고, 자신감이 없어지잖아요. 그럼 결국엔 사회에 나와서 직장을 다니거나 대인관계를 맺을 때도 상당한 영향이 있는 거죠.  

    놀심: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소장: 바꿔야 하는 것은 자동적 생각이라는 것인데요. 우리가 상대와 대화를 했을 때 후회가 남거나 마음속에 상처가 남았다면 그 안에는 분명히 자동적 생각이 들어있을 것이고 그 자동적 생각이 언어적인 표현으로 나갔을 겁니다. 자동적 생각이 무엇이냐면요. 판단, 비난, 강요, 당연시, 합리화라는 6가지의 대화 패턴이에요. 이 패턴은 실제로 다른 사람을 향해서 언어적으로 나가기도 하고요. 아니면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하죠. 비웃는 표정이나 무시하는 눈길 등이요. 하지만 자동적 생각은 무의식 중에 나오는 생각이기 때문에 한 번 생기면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대신 생각을 객관화시켜 관찰하면 개선될 수는 있습니다. 그럼 그게 약간은 사실과 관찰, 나의 판단이 분리될 수 있어요. 대화 패턴을 바꿔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갈등이 일어난 대상과 대상 사이에 언제 변화를 경험하게 되냐면요. 몇 가지의 레이어가 있는데요. 그중에 첫 번째가 서로에 대한 부정적 생각과 판단을 객관화하는 순간 첫 번째 전환이 일어나요. 나도 모르게 상대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죠. 그 노력을 하는 게 관찰 훈련입니다. 관찰 훈련은 어떻게 하는가? 첫 번째로 이 공간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일상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나는 오늘 점심에 무얼 먹었지? 짜장면을 먹었다면, 그 안에 어떤 재료들을 보았는가? 등 내가 오늘 무얼 했는지를 되짚어 보는 것이죠. '나 오늘 되게 바쁜 하루였어'와 같은 판단이 아니라, '나 오늘 이메일을 20통 정도 썼고, 기차를 3시간 정도 타고 어느 회사에 가서 강의를 했고, 강의 후에 뛰어가서 버스를 타고 집에 왔더니 11시였어' 이런 것이요. 내가 무얼 했는지 리마인드 해보는 거예요.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는 거죠. 그러면 그 안에 있는 생생한 경험들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그 안에 있던 판단이나 해석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어요. 그다음이 가장 어려운데요. 사람을 관찰하는 거예요. 오늘 하루 만난 사람들에 대한 내 판단을 구체화해보는 거예요. 예를 들면 '오늘 우리 팀장님이 나한테 친절하게 해 주셨어' 이건 판단이에요. '내가 팀장님께 보고서를 드렸는데 보시고는 책상에다 커피 한 잔 내어주시면서 "오늘 보고서 정말 좋았어"라고 말해줬지' 이거예요. 그럼 이 자체가 관찰이 되면서 동시에 감사하게 돼요. 있었던 일 그대로,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실제로 그 사람에게 들었던 말이나 그 사람이 나한테 했던 행동을 객관화시켜 바라보는 훈련이에요. 판단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사람을 호기심으로 볼 수 있다고 말을 하는데요. 이게 참 어렵지만, 우리의 판단이 얼마나 많이 잘못됐고 얼마나 많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꽉 차 있는지를 관찰로 돌아가 보면 알게 되죠. 이것만으로도 대화는 굉장히 달라져요. 내가 상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에도 판단이 섞인 말로 직접 얘기하기보다는 다른 언어적 표현이 있는지도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차장님, 너무 착하세요'보다는 '차장님, 저에게 커피 뭐 마실 건지 먼저 물어봐주시고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원하는 커피 마실 수 있네요.' 이 말이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제가 예민한가요? 당신이 무례한가요?

    "예민하다"는 말속에 이미 그런 사람에 대한 부정적 판단이 잔뜩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그런 사람에 속해서 더 기분 나쁘게 들리기도 한다^.^ 박재연 소장님 말씀처럼 나는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참 많은 것 같다. 생각을 좀 비우면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말들일 수도 있지만  '저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쉽게 하지?'라고 좋지 않게 들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르고 난 후, 그런 이상한 말을 한 상대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거나 그때의 상황을 좀 더 객관화시켜 바라보게 되면 마치 시점이 달라진 것처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상대는 아무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냥 본인 뇌 속에 필터 장치가 없는 경우(나는 이걸 지능이 낮은 것으로 본다), 즉 사회화가 덜 된 동물에 가깝기 때문에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배운 지식인이라면 원만한 대인관계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배려의 대화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 또한, 박재연 소장님 말씀에 의하면, 부정적 판단에 속하기 때문에 여기서만 그치면 그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감정에 에너지를 몽땅 소모하게 된다. 자동적 생각을 버리자. 도 닦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에 정말 어려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잘 훈련하다 보면 내 주변의 부정적 기운들을 없애고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덜 쓰게 될 수 있는 좋은 훈련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판단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사람을 호기심으로 볼 수 있다"는 말에 울림이 크다. 상대가 편견과 선입견과 무례함을 바탕으로 대화한다면 나는 거기서 한 발짝 떨어져서 대화해보자. (그래야 자존감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다) '무슨 말을 그런 식으로 하세요? 저 기분 나빠요.'가 아니라, '~라고 말씀하시다니 다소 충격적이네요. OO님께서 그런 분이신 줄은 몰랐어요. ~라는 단어는 저를 불쾌하게 할 수 있으니 그런 말은 안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상대도 부끄러워서 얼른 꼬리를 내릴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그래도 시도해보자. 나를 위해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