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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방문일 - 2시간에 걸친 심리검사
이 글을 처음 읽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나는 <서울상담심리연구소>에서 무료 심리상담을 받고 있고 체험기를 기록 중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진짜 무료는 아니니 앞선 포스팅을 참고 바란다.) 3번째 방문일이었던 4월 18일에는 선생님의 추천에 따라 심리검사를 하는 날이었고, 검사를 위해 총 2시간이 소요되었다. 오늘은 이 날 받았던 검사에 대한 짧은 후기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검사 결과와 해석은 3일 뒤에 상담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를 처음 방문한 날, 선생님께서는 상담에 대한 여러 가지 소개와 함께 심리검사를 받아볼 것을 제안하셨다. 사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어도 크게 무리는 없었지만, 나는 진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검사 결과를 토대로 상담의 퀄리티가 높아질 것을 기대해본다. 실제로 그럴지는 앞으로 차차 상담 후기를 통해 남겨보도록 하겠다.
심리검사 비용은 총 합해서 3만 원이다. 나중에 내가 받은 검사 중 MMPI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설문지 구입비용 등 단순 검사 비용은 5천 원 안팎으로 아주 저렴한 편이다. 다만 검사 결과의 제대로 된 해석이 필요한데, 이때 해석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그 비용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으신 상급 전문가일수록 비싸질 수밖에 없겠다. 나의 경우에는 담당 선생님께서 아직 수련생이셨으므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경험해볼 수 있었다.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닌 이상, 경험으로 해보기에 만족스러운 가격인 것 같다.
총 네 가지의 검사 (MMPI, 기질/성향 검사, 그림검사, 문장 완성검사)
장장 2시간에 걸친 검사는 총 네 가지였다. 첫 번째는 문항수가 567개나 되는 MMPI-2였는데, 상담/심리치료 분야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권위 있는 검사라고 한다. 두 번째는 타고난 기질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100개 문항 4점 척도 설문지. 세 번째는 그림검사, 마지막으로 문장 완성검사였다.
MMPI(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는 1943년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개발한 다면적 인성검사로 앞서 말했든 문항수가 500개가 넘는다. 567가지의 문장을 읽고 자신에게 해당되는지 판단하여 O와 X로 답하는 2지선다형 설문이다. 문항수가 워낙 많다 보니 많게는 2시간도 걸린다고 한다. 나는 빠르게 진행했던 편이라 1시간 정도에 마무리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MBTI와 MMPI를 비교해보자면, 그 타당도나 해석의 방법에 따라 둘은 전혀 다르다. 우선 MMPI는 MBTI와 달리 사람의 유형을 16가지로 구분하지 않는다. 개인별로 검사 결과로 나오는 수치가 모두 다르다. (너무 당연한거 아닌가?!) 또한 MMPI 문항에는 왜곡 반응 즉 거짓말을 걸러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가 곳곳에 숨어 있고, 이미 이 검사를 통한 임상 사례가 매우 많기 때문에 여러 전문 기관에서 선호하고 많이 보급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이 두 검사를 개발한 사람의 출신에도 차이가 있다. MBTI는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홈스쿨링을 통해 심리를 독학한 비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 지표이며,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통계적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하여 MBTI 결과와 그 유형을 일대일로 해석하는 cook-book 식 해석은 매우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선 잘못된 방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듯하다. 마치 옛날에 4가지 혈액형으로 사람의 유형을 나눴듯 말이다. 4가지에서 16가지로 개수가 좀 더 많아졌을 뿐, 근거 없는 무리 짓기라는 점은 변함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몇 가지의 유형으로 나눌 수 없는 개개인이 고유한 존재인 것을…
첫 번째와 두 번째 설문지로 1시간 반 가까이 별 뜻 없는 글자만 읽다 보니 슬슬 지겨워졌던 차에 그림검사를 시작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집-나무-사람-가족’ 순서로 자유롭게 그려보라고 하셨다. 다 그리고 나서는 각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생각으로 그렸는지 모두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설명하다 보니 내가 그렸던 총 다섯 장의 그림들은 ‘나의 미래’라는 하나의 스토리 라인으로 이어져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상당히 빠르게 그린 편이라고 하셨는데, 그 짧은 시간에 그림을 모두 연결 지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게 엄청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셨다. “스토리텔링이 대단하신데요?” “보통 다 그렇지 않나요?” “아니요…(웃음)”
내가 그렸던 그림과 그림에 대한 선생님과 나의 Q&A는 아래와 같았다.
1. 집
“저는 제가 나중에 살고 싶은 집을 그렸어요. 그리 넓지도 작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마당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마당에는 항상 꽃과 나무가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면에서 보면 통유리로 아주 큰 창이 있어요. 창문으로는 거실이 보이는데, 한가운데 큰 식탁을 두고 이곳에서 친구나 여러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고 싶어요.”
“창문이 엄청 크네요? 어떤 점을 바라고 통창을 그린 걸까요?”
“음… 집 안에서 제가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이 엄청 멋있을 것 같아요. 바깥 풍경 보는 걸 좋아해서요.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도 ‘오, 저 집 분위기 좋다~’하고 커피를 마시러 들르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2층은 어떤 공간이에요?”
“처음엔 1층만 그렸다가 제 개인 공간이 너무 없는 것 같아서 2층을 그렸어요. 그래서 이곳은 온전히 제 개인적인 공간으로 혼자서 쉬고 싶어요.”
“그런데 이 집은 문이 왜 없어요?”
“음… 문은 옆 쪽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더 그리고 싶으신 게 있나요?”
“마당에 있는 강아지가 혼자 외로워 보이니까 한 마리 더 그릴게요!”
2. 나무
“나무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까요?”
“한 몇백 년 살아온 엄청 큰 나무요!”
“나무 근처에 다른 나무는 없을까요?”
“우선 이 나무만 초점을 맞춰 그린 것이고, 다른 나무들은 뒤에 어딘가 있을 것 같아요.”
“새들도 있네요?”
“네. 새들도 둥지를 틀거나 잠시 와서 쉬다가는 나무예요. 그리고 나무 근처에 잡초랑 들꽃들도 있어요.”
“열매는 어떤 열매들일까요?”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과일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사과, 복숭아, 오렌지 같은 것들이요.”
“와… 다 달달하고 맛있는 과일들만 열리네요.(웃음)”
“네.(웃음)”
3. 여자
“저의 30~4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렸어요.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제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언제든지 선물해줄 수 있는 삶을 살아요. 그래서 하루하루가 뿌듯한 그런 삶이요. 앞치마도 매고 꽃바구니도 들고 다니면서 들꽃을 채취하고 다닐 것 같아요.”
“오 그렇군요. 아주 밝게 웃고 있네요?”
“네. 제가 진짜 살고 싶은 삶이라서 근심 걱정 하나도 없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4. 남자
“이 남자는 저의 미래를 함께 할 사람을 상상하며 그렸어요.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저를 환영해주는 모습이에요. 고생했다며 토닥토닥해줬으면 좋겠어서 팔을 벌려서 그렸어요.”
“이 남자도 환하게 웃고 있네요? 이 사람도 걱정 하나 없이 행복해하고 있을까요?”
“음… 네. 저와 같이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하는 사람일 것 같아요. 걱정거리는 없는 사람일 것 같은데요?”
5. 가족
“OO님, 설명해주시지 않아도 뭘 하고 있는지 너무 잘 알겠어요. 이야기가 처음부터 다 연결돼서 마지막 장에 도달하네요? (웃음)”
“네. (웃음) 남편과 아이들과 우리 집 마당 텃밭을 함께 가꾸고 있는 모습이에요.”
“스토리가 아주 탄탄합니다. 보통 요즘엔 아이를 한 명만 낳고 싶어 하는 추세인데 둘을 그리셨네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심심할까 봐요. 그림에서는 심심해 보여서 둘을 그렸어요.”
“OO님이 좋아하시는 것들이 모두 총집합된 그림이군요. 나무, 꽃, 강아지, 사랑하는 사람들.”
“네 맞아요.”
검사 결과는 이어지는 포스팅에서…
검사 해석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나 보다. 다음 상담 회기에는 심리검사 결과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해주신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결과가 상담에서 자주 등장할 것이라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미리 겁주신 것에 비해 엄청 수월하게 끝나서 2시간이 별로 힘들진 않았다. 또 친절하게 초콜릿 우유와 초콜릿을 준비해주신 선생님 덕분에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단단히 겁주길 잘했다고 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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