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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할 이유가 필요했던 베로니카
주인공 베로니카는 스무 살 여성이다. 그녀는 젊음, 매력적인 미모, 직업, 가족, 남자 친구들까지 부족함 없이 다 가진 듯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들은 껍데기일 뿐, 정작 베로니카는 늘 반복되는 일상에 환멸을 느낀다. 이야기는 베로니카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하며 시작된다. 그녀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데는 어떤 충격적인 경험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너무 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쳇바퀴 도는 일상과 뻔한 미래를 견디지 못한 것. 이것이 그녀가 스스로 생의 마감을 결심한 이유다. 베로니카는 미리 준비해둔 수면제를 삼키고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정신병원 침대에 누워있었고, 한 번에 과다하게 삼킨 약 때문에 심장에 문제가 생겨 의사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길어봐야 일주일 정도 산다는 의사의 말에 베로니카는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처음으로 느낀다.
병원에서 지내며 그녀는 다른 환자들과 교류 하기 시작한다. 베로니카는 스스로가 '정상인'이기 때문에 자신은 그 환자들과 절대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소위 '정신병자'로 불리는 환자들 틈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데, 그리고는 곧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바깥에선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사람들만 모인 곳이지만, 결국 이곳의 모습도 바깥의 사회와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베로니카 자신도 정신병자 타이틀을 달고 이곳에 온 것은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어떤 미친 짓을 해도 평가하고 비난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걸 내려놓게 된 베로니카. 그녀는 다른 사람의 기준대로 살아왔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그러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에뒤아르'와 사랑에 빠지면서 "삶은 살아볼 만한 것"임을 인정한다. 그녀는 이제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이제 그녀는 누구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기 시작한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이지만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던 베로니카는 에뒤아르와 함께 병원을 탈출해 세상으로 나간다.
Am I Wrong? 넌 정상 아닌 게 비정상
작가가 책에서 묘사하는 주인공 베로니카는 스무 살 소녀라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날카롭다. 무서울 정도로 권태가 가득하고, 삶을 대하는 태도에 모든 감각이 곤두서 있다. 이 스무 살 소녀에게 이토록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했던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제 갓 성인이 된 소녀에게 사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과 사회적 지위, 부모님이 바라는 결혼이라는 굴레.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떠올리는 그것들. 어쩌면 베로니카는 대한민국의 나와 우리를 대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유를 막론하고 어쨌든 사회 부적응자로 병원에 오게 된 등장인 물든 끊임없이 본인이 '미쳤다고 불리는 존재'임을 되새긴다. 그리고 과연 사회가 정의하는 '미쳤다(crazy)'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토론한다. 보통 미쳤다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작가는 '미친 사람 = 자기 세계관 속에서 사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우리는 이 사람들을 위인전을 통해 숱 차례 만나왔다. 자신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 콜럼버스, 비틀스와 같은 사람들 말이다. 특히 작가는 이 사람들이 가진 "통제된 광기"를 이야기하는데, 이 단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정상인들이 만들어낸 선 안에서 오롯이 나만이 할 수 있는 '나'를 표현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은 내 가치관과 잘 맞는 단어다. (나를 포함하여) 사람들은 줄곧 사소한 것들에는 온갖 힘을 짜내며 고집을 부리면서, 정작 용기와 실천이 필요할 때는 핑계를 대고 비겁해지고 만다. 나도 가끔 그런 내가 별로일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이 각성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Reflection, "사실 꽤나 자주 나는 내가 너무 미워"
이 책을 읽었다면 또는 읽어보고자 마음먹었다면, 방탄소년단 RM의 <Reflection>이라는 노래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가사가 비슷한 결을 노래한다. 겉보기엔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듯한 나. 그런데도 늘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이고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내면의 만족도가 낮다. 반복되고 통제되는 일상의 지루함. 전적으로 남의 기준에 맞춰진 삶. '내 삶의 주인은 나'임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을 미워하기만 한다면 삶은 고통 그 자체일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그 중심이 '내'가 아니라면, 꼭 이 책을 읽고 한 번쯤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았으면 한다.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내가 진정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 방향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구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회에서 만든 규정일 뿐이지 않은가? 그 누가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스스로를 인정해주자.
리뷰 요약
47개국에 번역 소개된 베스트셀러. 생의 마감을 앞둔 한 인간의 광기와 삶에 대한 열정을 다룬 책. 나와 같이 대도시 속에서 빠듯이 살아가는 고민 깊은 청춘이라면 꼭 읽어 보았으면 한다.
메모
"이제, 내가 너희에게 발로 뱀을 밟을 권능을 주었노니 (···) 그 무엇도 너희를 해할 수 없으리라."
『누가복음』 10장 19절
책 '작가의 말'에 쓰여 있던 성경 구절이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책의 시작점에 이 글귀를 적어둔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완독 한 후리 뷰를 쓰는 이 시점에 드는 생각을 정리해 본다. 아마 여기서 '뱀'이 뜻하는 것은 나를 해하는 존재 즉, 나에게 유해한 말과 행동들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 말과 행동의 주체가 본인 자신일 수도 있고 타인일 수도 있겠다. 또는 '뱀'은 나를 구속하는 유/무형의 존재를 의미할 수도 있다. 결국 "나를 비난하는 말과 행동 또는 나를 옥죄는 속박에서 벗어나, 나답게 자유롭게 날아보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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